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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코루는 컴백즉시 이나고덕후가 되버렸습니다님의 글에서 이어진 답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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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코루는 컴백즉시 이나고덕후가 되버렸습니다@duswlsdl1234

자동소설기 12 “물러서. 그 애를 건드리는 건 내가 용서 안 해.” 날카로운 목소리가 허공을 질렀다. 공기를 가르며 에리카를 향하던 검이 멈췄다. 에리카가 말라붙은 핏자국에 엉킨 앞머리를 떼내자 레크와 그 뒤를 따라온 시녀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하얗고 예뻤지만, 그 어느 때보다 냉랭하고 살벌한 분위기였다. 그것을 알아챈건지, 미리가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다시는 나를 보지 않겠다더니, 당신의 입으로 한 그 약속을 이딴 인간따위로 어기는 겁니까?” “사라져.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엘(Elle).” 다른 이름이 불렸다. 레크는 여전히 흔들림없는 시선으로 미리를 보고 있었다. “당신은 끝까지 다정하고, 또 잔인하네요.” 그리고, 레크의 시선이 처음 흔들렸다. “언젠가, 당신이 먼저 나를 찾을 일이 있을 겁니다. 당신은 나를 벗어날 수 없어요.” 미리의 육체를 검은 빛이 감싸안았다. 빛이 연하게 일렁이며 그의 모습이 천천히 사라져갔다. “……먼저 내 손을 잡은 건 당신이었으니.”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에리카는 위험한 것을 들어버렸다는 느낌과 함께 메스꺼워지는 속이 느껴졌다. 결국 욱 소리를 내며 구토하는 에리카에게로 시녀가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이런…. 내상이 너무 심해. 레크님, 에리카님 좀 잡고 있어…레크님?” 미리가 있던 곳을 한참이나 보고 있던 레크가 그제야 느릿느릿 에리카에게로 다가갔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레크의 눈빛이 복잡했다. ‘너는 단지 나의 대용품일 뿐, 너 자체로 그 사람에게 사랑받은 적이 있을 것 같아?’ 머릿 속을 스쳐가는 비웃음의 목소리에 에리카는 눈을 감았다. 한번도 저를 대용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지금 저를 보는 저 눈빛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련하고, 안타까운 기억을 보는 듯한 눈빛이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지금처럼 원망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너, 지금 나를 보고 있는 것이 맞냐고. 그러나 그 상념은 잠시였다. 울렁이는 속과 머리를 두드리는 두통에 눈을 감은 에리카의 두 뺨을 꽉 쥔 손길에 에리카는 눈을 떴다. “내 말 잘 들어, 에리카. 눈 감고 내가 지금 네 이마에 그리는 진(陣)을 기억해둬. 그리고 학교고 뭐고 나오지마. 알아들었어?” 에리카는 착한 아이처럼 고개를 끄떡였다. 레크는 후욱,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에리카의 이마에 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매우 복잡한 모양의 진에 에리카는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한참을 진을 그리던 레크가 손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손가락을 튕겨 연한 금빛의 불꽃을 진 위에 갖다대자 그 열기에 표정을 살짝 구기는 에리카이었다. 이마를 뜨겁게 하던 열기가 사라지자 에리카가 눈을 떴다.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레크의 눈빛이 여전히 서러울만큼 아련해서 에리카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희미해지는 의식 사이로 시녀가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게 들려왔다. 아마도 제 집안의 사람이겠지, 에리카는 그대로 의식을 놓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