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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과도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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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간판이 인상적인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의 이름은 비밥이었다.

 

하지만 여기 콜로니 이른바 푸른 점 콜로니에서 그걸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예산이 시장의 뒷주머니로 들어가 만성적인 예산부족으로 생활에 기본적인 중력장 전개장치 유지보수를 못하고 있어 반강제로 무중력 대비훈련을 하는 이 푸른 점 콜로니는 사실 오래전에는 처음으로 은하계 총괄 정부의 주도에서 세운 콜로니가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서 만든 콜로니라는 점에다 당시 기준으로 신식 연구와 기술이 적용되어서 최초로 산소 차단막이 콜로니 내에서 적용되어 다른 곳이라면 간단히 이웃집이나 생필품을 사기 위해 집 밖을 나설 때도 100kg쯤 나가는 우주복을 입고 나가야 해서 대다수의 콜로니는 햄스터 집처럼 전부 통로로 이어지고 집 안의 산소가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 이중 문 설계가 모든 집에 적용되어서 어마어마한 공간의 낭비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이곳의 콜로니는 거대한 돔의 형태를 한 산소 차단막으로 인해서 밖으로 외출할 때도 그냥 신발만 신고 나가도 되고 집도 좀 더 공간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어서 집값이 아주 쌌다.

 

그래서 돈이 없어 헤매는 젊은 보헤미안들이 우르르 몰려오게 되었으며 그 결과 푸른 점 콜로니는 그 당시 가장 부유했고 가장 발달한 곳이 되어서 이를 본 은하계 총괄 정부는 훌륭한 사례라고 이 콜로니를 만든 주요 인물들에게 표창장과 계급을 내려주고 틈만 나면 푸른 점 콜로니의 사례를 들먹거리며 왜 저렇게 개척정신, 개발 정신을 가지지 않고 일하냐고 인류에게 채찍질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기 마련으로 푸른 점 콜로니를 만든 초창기 인원들이 여러 이유로 떠나가는 중에 기술, 경제가 발달한 것 외에는 초창기 인원들이 계속해서 콜로니를 관리하다 보니 정치적인 부분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고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모든 초창기 인원이 떠난 순간부터 자기가 중심에 서겠다고 싸워대는 통에 자연스럽게 기술, 경제도 발달하지 못하고 정체되었고 푸른 점 콜로니는 과거의 영광만을 안은 채 그저 그런 곳으로 추락해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싼 집값에 홀려서 온 사람들은 세 분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그래도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산다고 은하계 총괄 정부에게 표창장을 받은 콜로니라는 이름값에 속아서 다른 하나는 예술로 먹고살겠다고 화려하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작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자기 작품을 푼돈에 팔고 겨우겨우 삶을 연명하다가 지갑에서 먼지밖에 없어 옷값, 밥값, 술값 순으로 줄이고 줄이다 집세까지 줄이기 위해서 온 젊은 보헤미안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장사를 하려 온 장사꾼으로 분류되었으며 마지막인 장사꾼들은 앞서 두 분류로부터 꽤나 많은 돈을 벌어서 푸른 점 콜로니를 뜨고 휴양지에서 여유롭게 사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비밥 식당의 주인은 푸른 점 콜로니를 사람들이 떠나고 있을 때 들어온 뒤늦은 후발주자여서 본전을 칠려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장사를 해야만 했는데 문제는 그렇게 1, 2, 5, 10년이 지나다보니 비밥의 주인은 한탕 크게 벌고 휴양지에서 부귀영화를 부리면서 살겠다는 야망을 가진 젊은이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 갑작스러운 변화보단 아무런 변화도 없는 이곳에서 살다가 가야겠다는 중년이 되었고 계속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 가게는 종종 술에 취해서 기가 막힌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허황된 몽상가들이 진을 치고 술에 떡이 될 때까지 마시는 보금자리가 되기도 했다. 마치 웨인과 힐에게 돌을 녹이고 이어붙어서 거대한 우주선의 토대를 만들자고 한 이그나시아처럼 말이다.

 

웨인~ 힐씨~ 여기야 여기!”

 

이그나시아는 대낮부터 한잔 걸쳤는지 얼굴에 홍조가 가득히 피어올라 있었다.

 

역시 올 줄 알았어, 내 말에 감명을 깊이 받은 거지?”

 

능글맞은 그녀 특유의 말투에 백기를 올린 웨인은 이그나시아가 있는 자리에 앉는 것으로 계획에 동참한다는 말 대신으로 했고 몇 가지를 질문을 이그나시아에게 물었다.

 

정확한 계획을 들려줄 수 있어, 이그나시아?”

 

먼저 너가 처리한 운석과 파편은 여러 기업에서 자재로 가져가거나 재활용 센터에서 벽돌이나 기타 등등으로 만들잖아?”

 

뭐 그렇지

 

마침 네가 있던 회사가 공중분해 되어 한동안은 그 돌멩이들은 신경도 안 쓸 거고, 맞지?”

 

... 근데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네가 있던 회사는 그래도 꽤 큰 회사였다고 쓸모없는 돌멩이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그나마 괜찮은 방법으로 내세운 곳이라서 정부에서 표창장도 줬을걸? 그런데 갑자기 그런 회사가 해적들의 돈세탁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벌써 저 알파 우리 센터까지 펴졌을 거야

 

허어.... 박봉에 복지라곤 값싼 음료수밖에 없었는데 거참.”

 

회사 규모가 곧 직원의 복지에 비례하는 건 아니니깐

 

어쨌든 그 운석과 행성 파편 가지고 뭘 한다고?”

 

고온의 레이저로 지지면 돌은 용암으로 녹아버리고 녹았을 때 돌을 서로서로 붙이는 거지 그 위에 우리가 살아갈 주거 공간을 만들고 태양열로 움직이는 엔진을 동력 삼아서 평생 빛나는 검은 저 바다를 항해하면서 살아가는 거야

 

낭만보단 표류가 맞는 말 아닐까?”

 

초 좀 치지 말아줄래?”

 

질문도 받아?”

 

당연하지 뭔데?”

 

첫 번째 돌을 이어 붙이는 건 내구성이 너무나도 안 좋아 지상으로 재진입할 때 산산조각이 날걸?”

 

우린 평생 지상으로 내려가지 않을 거야

 

?”

 

정확히는 반평생을 거기에서 지낼 거야 우린 우주를 항해한다고 했지, 행성을 구석구석 뒤져보는 게 아니야

 

식량이랑 물은?”

 

식량은 우주선 안에 재배실을 만들 거야 거기에서 감자나 여러 작물을 재배하고 그걸 요리해서 먹을 거야 물이야 산소 발생기 살 때 물 제조기 있을 때 같이 샀어

 

그 비싼걸? 그리고 그 정도면 선조들이 광속 이동 기술이 없을 때 몇십 년간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때 쓰던 거잖아?”

 

뭐 최근에는 그렇게 장시간으로 우주선을 운행할 이유는 없으니깐 싸게 샀지, 중고라서 여기저기 손을 보긴 했는데 괜찮을 거야 아마도?”

 

“...괜찮은 거 맞지?”

 

당연하지! 나를 뭐로 보고 몇 년간 공방을 운영한 짬이 얼마나 되는데

 

하지만 영영 지상으로 못 가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전 재산을 처분하면서 여러 가지 준비한 게 있는데 그중에 4인용 우주선도 있어 그걸로 가끔 행성에 착륙해서 가면 되잖아?”

 

전 재산을 처분했다는 말에 힐과 웨인은 경악하고 말았다.

 

너 미친 건 아니지? 왜 그리 뒷일은 생각 안 하고 지르는 거야?”

 

뒷일 생각하는 건 다리 한쪽 날아가고 해군에서 버림받은 뒤에 안 하기로 했어.”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울고 있는 거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의 전부를 바친 해군에서 쫓겨난 것에 큰 배신감을 느꼈겠지

 

이러지 말고 우리 한번 우리 집으로 이동해서 내가 준비한 걸 같이 보자 그게 더 설명하기 편할 거야

 

속으로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지금이라도 일자리를 알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는 웨인과 어차피 우주에서 표류하든 난파당해서 죽든 수입이 없어서 입에 제대로 풀칠하지도 못하고 아사하든 벼랑 끝에 내몰린 건 똑같다고 생각하는 힐 그리고 낭만이라는 헛된 꿈을 꾸면서 모든 인생을 조악한 우주선에 올인한 이그나시아는 식당 비밥에서 나와서 그녀의 집으로 발을 옮겼다.

 

그녀의 집으로 가보니 장관이었다. 물건이 마구잡이로 어질러진 건 둘째치고 정말로 값비싼 장비들과 부품, 깔끔한 4인용 우주선, 이그나시아는 정말로 이 일에 진심이었고 예전에 농담처럼 말한 계획과는 달리 일손을 도울 사람 몇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기세였다.

 

어때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웨인과 힐은 계획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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